고려직업전문학교

27살, 국방의 의무 2년, 4년제 정보통신학과 2학년 중퇴, 편안한 노후를 설계하기 위해 시작했던 공무원 공부. 그리고 보기 좋게 낙방,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흘러가 버린 2년,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나니 어느덧 내 나이 스물일곱 살이 되었다.

주변 또래 친구들은 모두 취업을 하여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고 있던 그때 나는 조금은 늦었지만 힘든 새 출발을 준비하고 있었다. 딱히 잘하는 건 없었지만 조금이나마 관심을 가지고 즐겨 했던 것이 음식을 만드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늦은 출발 이지만 딱히 이뤄놓은 것도 없었기에 새로 시작한다는 부담감보다 다시 시작해보자는 마음으로 많은 곳을 알아보았고, 훌륭하신 교수님들과 학점은행제를 운영하고 있는 고려전문학교를 나의 새로운 인생의 첫 번째 길이라 생각하여 13학번 신입생으로 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비록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시작하였지만 내가 하고 싶은 것에 대한 배움의 열정은 누구보다 더 강하였기에 더욱더 많은 노력으로 학교생활에 임했다. 각종 대회에 참가하여 지금껏 내 인생에서 타보지 못했던 수많은 상장과 메달을 만져 보았으며, 성적우수 장학금을 받으며 학교생활을 할 수 있었다. 2학년에 진학하며 내가 가장 하고 싶은 길을 걷겠다며 출발한 이 길이 이제는 내 꿈이 되었고, 더욱더 구체적인 목표를 가지고 미래를 설계하게 만들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첫째로 전문학사 졸업이 아닌 학사 졸업을 해야 했다. 이대로 학교를 졸업하게 되면 84학점을 이수하게 되므로 학사 졸업에 필요한 140학점을 채우려면 60여 학점이나 부족하여 학사졸업을 할 수 없었다. 교수님과 많은 상담과 조언을 통해 알아본 결과 학점은행제를 통하여 전적대학 학점을 가져와 학사 졸업이 가능하다는 말씀을 들었다. 지금껏 헛되이 보냈다고만 생각했던 나의 2년이 학점은행제를 통해 시간을 벌었다는 생각을 했고, 무척이나 감사했다. 하지만 모든 학점을 가져올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부족한 학점은 자격증 취득으로도 학점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하셨다. 산업기사 자격증 같은 경우 16학점이라는 어마어마한 학점을 취득할 수 있었다. 산업기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학교에 남아 학교에서 가장 늦게 집에 가는 생활을 반복한 결과 드디어 산업기사 자격증을 취득했고, 이어 2년을 공부했음에도 불구하고 학사졸업 이라는 나의 목표를 이루게 되었다.

현재 나는 롯데호텔 잠실점에서 일하고 있으며, 현장에서 실무경험을 충분히 쌓은 뒤 대학원에 진학할 예정이다. 남들보다 늦은 출발이지만 하루하루 감사하게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소중한 시간을 더 이상 낭비하지 않으려 하며 앞으로 학생들에게 요리를 가르치고 싶은 나의 꿈을 이뤄보고 싶다.